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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유럽이야기(Europe Story)] 8월의 스위스

by 제니jenny07 2020. 2. 3.

[유럽이야기(Europe Story)] 8월의 스위스



내게 8월의 크리스마스 같았던 8월의 스위스 추억. 





런던살이 약 1년째가 되어가며 쉴틈없이 보내온 시간들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1년 사이에 3번째 집을 찾아서 살고 있었고, 짧은 알바를 포함해 3번째 일을 하고 있었고, 런던 외에 약 7곳의 유럽도시를 여행했던 즈음이다.


더군다나 마지막에 일했던 곳은 내게 정서적으로도 잘 맞지 않은 곳이었고, 발목이 심하게 아픈 상태에서 참고 버티고 있던 중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스위스 여행 후 나는 결국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일을 그만두게 될 줄 모르고 잠깐 휴가를 받아서 다녀온 곳이 스위스 여행이었다. 


함께 여행간 친구는 애인이 된 한 외국남자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했고, 나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삶에서 내가 만나게 될 연인은 누가 될까, 런던에서의 삶을 얼마나 지속해야할까, 앞으로 어떻게 삶을 꾸려가야할까 등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나는 이 여행 이후에 다니고 있던 회사를 나오고,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다시 스위스에 첫 발을 내딛던 기억으로 돌아가서, 유럽여행 하면 달력이고 엽서고 SNS에 가득한 스위스의 사진들을 보아서 오히려 스위스에 대한 환상은 별로 안가졌던 것 같다.


이미 그때부터 발목이 많이 안좋아서 많이 걸을 수 없었고, 나는 휴양처럼 스위스를 들렀다. 


숙소는 명소와 명소 사이에 기차로 스쳐지나면 그만인 작은 마을에 위치한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다.


친구들과 파티를 하다가 만난 폴란드인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온화한 인상을 가진 스위스 청년이 집주인이었는데, 자신들이 쓰고 있는 방 맞은편의 2층에 있는 작은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그는 우리를 공항으로 픽업을 와주었는데, 영어를 곧잘 하지만 또 다른 억양을 들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것 같다. 


도착한 마을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작은 산들 사이에 안개가 껴있었는데, 전날 늦게까지 일한 친구는 도착하자마자 잠깐 잠이 들었고, 나는 사진기를 들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집들이 간간이 줄지어 있었고, 도로는 한산하지만 평화로워보였다. 동화 속에 나오는 과자집처럼 생긴 집들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가 자연과 조화로운 모습으로 있는 마을을 멀찍이 바라보니 평안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집 앞에는 파란 호수가 있었고, 푸르른 산이 아담하게 마을과 호수를 크게 두르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조금 추웠는데, 뜨거운 여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곧잘 수영도 하곤 하는 곳이라고 했다.

영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글을 쓰며 유유자적하게 호수수영을 하던 작가가 생각나서, 혼자 호숫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스위스의 동네 고양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내 근처로 다가왔다.

그 혹은 그녀는 나를 친한 친구 만나듯이 아주 가까이 와서 몸을 비벼댔고 내가 무릎에 앉혀도 갸르릉거리며 기분좋은 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도로를 필사적으로 달리거나 아파트 울타리에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보던 고양이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한편으론 이 곳에서는 평안해도 되는 구나.'하고 안심이 들어 스위스에 더 마음을 열게 되었다.